아홉 번째 설화문화전 《설화(說話): 백일홍 이야기》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애틋하고 영원한 사랑이야기
‘백일홍’ 설화의 행간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다.
선과 악, 다짐과 약속, 만남과 이별, 죽음과 환생 등
전통 설화 속 상징적 소재를 다양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재미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참여작가
서동주 그랙픽 디자인
외부에서 설화문화전 전시장으로 걸어오는 관객들은 전시장 외관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설화문화전을 찾은 손님을 맞이하는 환영의 깃발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은 그래픽 디자이너 서동주 작가의 작품이다. 백일홍 설화의 중첩된 이야기 구조와 꽃의 이미지를 분할, 확대, 재구성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즉, ‘백일홍 이야기’의 감성을 이미지로 전환한 작업으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주제에 대한 첫인상을 부여한다.
서동주 작가는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 작업부터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실험하는 작가다. 2008년 대학 재학 중 어도비 글로벌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재능을 인정 받았다.
모노컴플렉스 설치미술
갤러리 1층 로비공간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강렬하고 매혹적인 붉은 빛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백일홍 설화를 빛으로 표현한 작품, <발화[發花]; 붉은 꽃으로 피어나다.>가 바로 그 주인공. 디자인스튜디오 모노컴플렉스는 100개의 투명 아크릴 파이프와 붉은 아크릴 판을 이용해 백일홍의 일루전을 빛으로 표현했다. 작품을 둘러싼 공간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빛의 잔상을 통해 100일간 붉은 꽃을 피워내는 백일홍의 이미지와 내포된 기다림과 사랑의 의미를 섬세하게 전달 한다.
조장원, 박현우, 황은상, 김태민 4명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스튜디오 모노컴플렉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복잡한 요소들을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자유로운 형태의 사물로 나타낸다. 사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간의 충돌에 의해 끝없이 펼쳐지는 형(形)의 자유로움을 현대적(contemporary)인 요소와 다양한 미적 기준에 입각해 표현한다. 이러한 결과물에 부여된 주제는 단순히 대중들에게 발상의 파생을 돕고자 함이며, 다양하게 나타나는 주관적인 상상을 유도한다.
윤민섭 설치미술
로비를 지나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윤민섭 작가가 표현한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바닷가 마을. 관람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백일홍 설화의 이야기 속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윤민섭 작가는 평화로운 마을의 집과 나무,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을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매년 마을 처녀를 이무기에게 바쳐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을 가늘고 검은 소재가 가진 물성으로 극대화해 위태로운 평온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윤민섭 작가는 연필로 드로잉을 하듯 플라스틱 막대를 구부려 작업하는 설치미술 작가다.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대표 아트 스쿨인 SVA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작가는 서울(2014)과 뉴욕(2012)에서 개최한 개인전은 물론 다수의 그룹전을 진행하며 대표적인 신진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팀보이드 인터랙티브 아트
1층 마지막 공간에는 이무기에 제물로 바쳐질 여인과 마을의 비극을 종결하기 위해 나타난 청년의 만남을 씨실과 날실이 얽히듯 교차되는 그림자의 인터렉션으로 시각화한 팀보이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키넥트로 감지된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LED 모듈이 반응하며 전시장 내에 설치된 기둥의 그림자가 복잡하게 얽힌다. 관람객은 빛과 그림자가 겹치고 교차하며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공간을 거닐며 여인과 청년이 만나 다양하게 교차하는 감정과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팀보이드는 송준봉, 배재혁으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트 그룹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시스템적 관점에서 작업을 시도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커넥팅 조형, 라이트 조형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구현한다.
오유경 설치미술
2층 내부 공간으로 들어서면 오유경 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인으로 변장한 채, 제단에 올라간 청년이 이무기와 대결을 벌이는 순간을 투명 플라스틱관 다발이 구불구불하게 공간을 채우는 오브제로 표현했다. 빛의 효과로 인해 작품 주변을 거니는 관람객은 역동적인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청년과 이무기의 치열함, 숙명에 대적하는 장엄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오유경 작가는 세상의 모든 물건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설치미술 작가이다. 주로 폐기되거나 버려진 물건이나 비닐봉투, 고무풍선, 종이컵 등 대량 생산된 사물을 이용해 새로운 질서를 창출한다. 파리 8대학에서 조형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다수의 전시를 통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김채원 설치미술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여인과 청년의 굳은 약속과 다짐, 그리고 여인의 간절한 기다림을 표현한 설치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커피 스틱과 플라스틱 오브제로 강물의 흐름을 구성한 김채원 작가의 설치 작품이다. 바닥, 허공, 벽과 난간 등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작품에는 감온변색 페인트(Thermochromic paint)가 칠해져 있어 관람객이 손으로 만지면 체온에 따라 색상이 변한다. 여러 사람들이 손을 대면 속도에 따른 온도차이로 그라데이션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절한 기다림은 강물 형태로 연출되며, 여인과 청년의 약속과 다짐은 관람객의 터치로 가시화된다.
김채원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무작위로 집적, 배치한 비선형적인 설치작업과 이를 기반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및 디지털 사진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유하는 형태(soaring forms)와 정교한 구조로 이루어진 디지털적인 분위기의 작품은 한계를 알 수 없는 코스모스적 공간을 구현한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판화)로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에서 프린트 미디어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지현 설치미술
3층 전시공간 깊은 곳에는 붉은 빛의 집어등이 안개 속에서 아스라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매일 하나씩 등이 수조로 떨어지며 파편화되는데, 이를 통해 바다에서 벌어진 싸움의 치열함, 붉게 물든 돛, 이 때문에 벌어진 오해와 비극적 결말을 비유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발하는 붉은 빛은 여인의 오해를 부르는 비극성을 더욱 강조한다.
부지현 작가는 오징어등이라 불리는 집어등을 활용한 다각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이다. 집어등은 제주도가 고향인 작가의 심상이 녹아 있는 기억체로, 집어등에 농축되어 있는 정서 즉 바다의 냄새와 그것을 통해 연상되는 바다에 대한 기억을 감상의 오브제로 불러일으킨다. 주목 받는 신진 작가로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활발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최성임 설치미술
3층으로 계단을 오르는 관람객들은 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계단에서부터 금박이 입혀진 바닥을 지나, 금실의 커튼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최성임 작가는 해가 지는 석양의 금빛 이미지를 죽음과 연결시켰다. 게다가 반대쪽 부지현 작가의 작품 속 붉은 빛이 아련히 보이면서 오해를 통해 자결하게 되는 여주인공의 비극적 결말과 매년 꽃으로 피어나는 운명의 여정이 영원성을 뜻하는 금빛 통로를 거니는 행위로 승화된다.
최성임 작가는 일상과 작업, 삶과 예술 사이의 균형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다양한 재료를 통해 모순적이거나 양가적인 개념 속에서 균형을 발견하는 작가가 만든 황금 길은 금빛을 발산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이대송 건축
3층 마지막 전시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죽음의 자리에 붉게 피어난 백일홍 오브제를 마주하며 설화의 클라이맥스를 경험하게 된다. 자연물 중 산호초 등에서 쉽게 관찰되는 '차등성장(differential growth)' 원리를 배롱나무의 꽃잎에 적용한 작가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구불구불하게 확장되는 거대한 꽃잎의 형태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꽃잎에 붉은 조명을 비추어 죽음의 자리에서 백일홍으로 다시 피어난 여인의 넋을 숭고함으로 그려낸다.
이대송 작가는 영국왕립 건축사이자 설치미술 작가이며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를 물질론자로 선언한 이후, Material System과 Computational Being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하는 디자인 시스템 랩 (외화연구소)을 설립하고 운영 중이다. 반복과 차이를 통해 무한히 얽혀있는 관계로서 형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구화된 컴퓨터 기술/기법 그리고 다이어그램의 방법을 통해 창발의 영역을 탐구한다.
도재명 사운드
전시장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도재명 작가가 '백일홍 이야기'를 재해석한 음악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돕는다. 전체 이야기 중에서 '기다림'에 초점을 맞추고 '애틋함'의 감정을 담았다. 약 6-7분 길이의 음악은 기다림 안에서 피어나고 다시 또 지는 수많은 감정들과 생각의 변화들을 소리로 들려준다.
도재명 작가는 1집 [PAX]로 2009년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상을 수상하고 2집 [W.A.N.D.Y]로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과 ‘올해의 음반’부분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한국 음악씬 최고의 록밴드로 자리매김한 로로스의 리더다. 다수의 영화음악과 연극, 전시 등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최대 뮤직 마켓인 ‘미뎀’에 초청되어 쇼케이스를 열었다.
디어데이즈 일러스트
민지희 작가는 '백일홍 이야기'의 주요 장면을 고전적 도식화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민화나 고전 판화 등에서 관찰되는 파도와 꽃의 모티브는 전통 설화라는 소재의 특징을 드러내지만 인물의 동시대적 디테일과 섬세한 감정 표현, 그리고 '백일홍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백일홍 이야기'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해석한 작업으로, 이번 전시의 아트상품인 컬러링북으로도 제작되어 전시의 감동을 색다르게 간직하고픈 관람객들을 만난다.
민지희 작가는 ‘내 아이를 위한 건강한 그래픽 선물’을 모토로 하는 ‘디어데이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 디자이너이다. 일상의 공간 속에서 즐거웠던 시간을 훗날 더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그래픽 아이디어로 디자인한다. 지난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신예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파스쿠치, 바닐라코 등 다수의 브랜드와 공공기관의 디자인 작업을 맡으며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Backstage 제작과정
서동주(그래픽 디자인)
모노컴플렉스(설치미술)
윤민섭(설치미술)
팀보이드(인터렉티브 아트)
오유경(설치미술)
김채원(설치미술)
부지현(설치미술)
최성임(설치미술)
이대송(건축)
도재명(사운드)
디어데이즈(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