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번째 맞는 설화문화전 <활力, 시대를 관통하다>展은
그들이 분출해내는 역동적인 힘을 한데 모았다.
전통 공예 작가들이 재현한 전통 궁시의 원형에서부터 현대
작가들이 활을 모티브로 새로이 구현한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전통 활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감동, 그리고 시대에 맞게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다양한 힘의 변주가 바로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활의
역사歷史이고 아름답고도 강인하게 상생하고자 하는
우리의 문화 정수이다.
참여작가
권무석 궁장 -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권무석은 경북 예천에서 11대조 권계황 이래 대대로 활을 만들어온 안동 권씨 추밀공파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청년기는 활과 거리가 먼 삶이었다. “활은 내 대에서 끝이다” 활을 만들며 가업을 이어가던 형님의 말씀이 이상하리만큼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 때가 서른일곱. 모두가 고개를 저었던 다소 늦은 나이에 활을 잡았다. 그리고 고희를 넘어선 오늘까지 여전히 전통의 활, 각궁을 만들고 있는 사람. 그는 우리 시대의 든든한 원로이다.
김윤경 궁시장
김윤경은 전통 활 각 궁을 만든다. 그의 아버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기능보유자 故김박영. 아버지께서 하시던 것을 보고 자랐지만 특별히 마음에 두진 않았다. 손발 짝을 맞추어 활을 만들던 아버지의 제자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지면서 아버지 일을 돕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참 신기했다. 보기만 했지 해본 적은 없었던 일인데 손에 익었다. 활 만드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한 것보다 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우리 전통 활을 현재진행형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유영기, 유세형 궁시장 - 중요무형문화제 제 47호, 전수조교
궁시장 유영기 (아버지父 )는 장단 사람이다. 장단은 예부터 화살 좋기로 유명한 고을이었다. 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뉜 오늘날 더이상 닿을 수 없는 고향 땅이지만 그가 아버지로부터 익힌 장단 화살의 전통은 그의 아들과 손자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아들이, 다시 손자가 하는 그 전통은 물의 흐름과도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유영기의 전수조교이자 아들인 유세현은 세상이 예전 같지 않기에 이제 화살 만들어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화살 만드는 가업을 이어간다. 세상이 예전 같지 않기에 더더욱 화살의 전통을 연구하고, 힘써야 한다고 했다. 다채로웠던 우리 활쏘기 문화를 더 이상 반쪽짜리로 두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 역시 피는 속일 수가 없다.
김동학 전통장 - 중요무형문화제 제93호
군더더기 없는 손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이 남긴 손 주름이 묘한 인상을 풍긴다. 분명 지긋한 어르신의 손인데 다부진 기운이 넘친다. 위아래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묵직한 표정 이전에 그의 손에서 반백년이 넘도록 화살통을 만들어 온 장인의 삶을 읽는다. 전통장 김동학. 스물 언저리의 청년이 백발성성한 노인이 될 때까지 세상은 무수히 변하였지만 그는 한결 같다. 전통箭筒의 전통傳統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인생은 60부터라
박천욱 설치조각가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을 불안해하며 끝없이 상상한다. 그리고 마치 진실인양 믿어버린다. 박천욱은 그러한 상상과 믿음이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죽기 전에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죽음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것처럼. 박천욱은 보이는 것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가끔은 이미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들마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자신의 존재와 삶마저 의문투성이가 된다. 박천욱은 조각을 통해 답을 찾아간다. 그에게 조각은 자신이 보고,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진짜’이니까. 그리고 우리에게 그가 본, 그가 믿는 진짜를 보여준다.
대원 大元 사진작가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대원은 본래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개념사진 기법을 이용해 창작 활동을 하던 스승의 영향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고 점점 촬영에 빠져들게 되었다. 직업적으로 그는 각종 제품, 공간, 잡지 촬영 등 주로 상업 사진을 찍는다. 한편 예술단지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가까이 생활하면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전개한다. 무엇을 위한 활동은 아니다. 매일같이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작업실을 오가는 평범한 교류가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을 더욱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고 했다. 때문인지 그의 렌즈에는 호기심 강한 어린 아이의 시선과 예리한 예술가의 감각이 소리 없이 교차한다.
네임리스 건축 건축 디자이너
곧이곧대로 이름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네임리스 건축의 두 건축가 나은중과 유소래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을 때 생겨나는 더 큰 호기심을 알고 있다.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동시대성에 관심을 쏟는다. 그들에게 건축은 구조물을 설계하고 만드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건축은 결과나 완성이 아닌 세상과 관계 맺는 하나의 매개체라 하는 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예술과 교감하고, 사회현상을 연구하고, 문화 활동을 유희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맺은 자신들의 생각과 새로운 욕망을 건축을 통해 이야기하는 이상하리만큼 재미있는 탐험가들.
구병준 제품 디자이너
구병준은 명료하게 말했다. 유행 따라 반짝이기보다 오랜 후에도 가치가 느껴지는, 더더욱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되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계속 간직하고 싶은, 정말이지 평생 가는 물건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했다. 값비싸거나 누군가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는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의 디자인으로 누군가의 기분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형태를 디자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OK.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디자인, 이것이 바로 구병준이 지향하는 디자이너로서의 태도이다.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은 결을 따른다. 재료, 형태, 공간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모두 저마다의 결이 있기 마련. 그는 그 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 나온다고 했다. 그의 디자인은 근본이 무엇이냐는 데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더하기보다 빼는 데에 집중한다. 핵심만이 명료하게 남아있는 상태의 디자인을 지향하는 것. 그럼에도 그가 디자인한 가구에서는 북유럽의 심플하고 모던한 감각과 선한 한국적 정서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파장을 일으킨다. 동시대의 미적 결과 디자이너 하지훈의 결이 교감을 나누고 우리 가 그 교감에 반응하는 일련의 과정. 그 가운데에 놓인 하지훈의 디자인은 참 고운 결을 지니고 있다.
Backstage
2013 설화문화전 <활力, 시대를 관통하다>展
7회째를 맞는 ‘2013 설화문화전, <활力, 시대를 관통하다>展’ 에서는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활, 화살, 화살통 장인들의 작품과 가구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조각가, 건축가, 포토그래퍼 등의 활과 화살의 특성을 살린 현대작품까지 총 10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